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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하지 않는 작가’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줄곧 내가 소설을 써온 행동이 스스로 미치광이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라는 느낌으로 살았다.”
작가 경력 첫 10여년을 ‘악녀서’ 복간본 서언을 통해 천쉐는 이렇게 술회한다. 기묘하다. 25살 펴낸 첫 책이 자국 문단에 일으킨 파란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책은 절판 뒤에도 끊임없이 회자됐고, 도서관 책이 도난 당하거나 직접 제본해 읽는 이들까지 나타날 골드몽릴게임
정도였다. 연구 비평, 독자 팬덤 측면에서 타이완의 퀴어 작가 천쉐의 1995년 소설집 ‘악녀서’는 올돌했다. 그러고선 다음 펴낸 세권의 소설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 간극을 천쉐(55)는 17일 오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독자들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나 자신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어요. 관백경 게임
심사도 바뀌고요. 독자들은 첫 작품 유형을 또 쓰길 바랐겠지만요.”
1970년생 타이중 출신인 그는 중문학과 대학생이 된 스무살에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21~24살에 지은 단편들이 ‘악녀서’다. “가장 존경한 친구”로부터, 대학 문예 동아리 선생님으로부터 ‘창작의 소질 내지 소양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두려워할 시간이 없었”기인터넷황금성
에 1년에 한두 편씩을 무조건 “계속 썼”던 작품들. 출간은 ‘10년 뒤에나 생각하자’였다. 와중 친구가 신인상에 응모했으나 떨어진 소설이 되레 출간의 기회를 얻었다. 탈락 사유가 “민중과 국가에 해악을 끼칠 작품”이었다.
논란과 절판, 2010년 복간 역주행을 거친 ‘악녀서’는 2025년 이곳에선 여전히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동성애 에이스테크 주식
차별, 상처와 응전 이전, ‘정욕’에 대한 과감하면서도 관능적인 발화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창작에 성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나.
“친구들이 나를 배척했다면 사유는 가난이고 부모의 이혼이었을 텐데요. 성정체성보다 생활고가 더 큰 문제였고요. 나는 이야기 짓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면 친구들이 생겼어요. 좋아해 줬죠. 이야기라는3D테마주
행위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느꼈어요.”
작품의 소재가 무엇이든 바닥에 밀착하고, 디테일에 뛰어난 까닭이겠다. 실상 ‘악녀서’가 홍콩에서까지 판매되는 중에도 천쉐는 타이중 야시장에서 옷을 팔았다. 독자가 알아보면 “아닌데, 뭐 사실 거”냐, “빨리 말해요” 되물어 내쫓고 모면했다. 재능은 없고, 대학 졸업 뒤 빚더미 가족을 돕느라 시간은 더 없고, 서빙, 점원, 노래방 도우미, 대필 작가, 여행·모텔·인터뷰 기사를 가리지 않고 처리하는 프리랜서 등을 자처했으며, 데뷔를 했을 뿐 “언제나 가난하고 외로웠”다던 자신의 말대로라면, 천쉐의 지난 30년 집요한 글쓰기와 20권 넘는 다채로운 서목은 “가장 낮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장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 단 하나의 방편이자, 증거 같다.
―지난 30년의 존재감에 견줘, 늘 대만을 대표하는 퀴어 작가로 먼저 소개되는 게 아쉽진 않은가.
“‘악녀서’ 이후 남성들보다 되레 여성 작가들이 덜 순문학적이라고, 아름답지 않다고, 퀴어 작가일 뿐이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했는데요. 호칭은 상관없습니다. 연애 교주라고도, 미스터리 문학의 퀸이라고도 불려요. 지난 20년 그랬듯, 1주일에 5일은 꼭 쓰고, 아침 먹고 쓰고, 좀 썼다 싶으면 쉴 뿐이에요.”
타이완 동지문학(퀴어문학)의 계보는 두텁다. 해당 작품을 다수 국내 소개한 김태성 번역가(왼쪽)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파격적이고 신비로운 작품”으로 ‘악녀서’를 꼽는다. 17일 저녁 서울 마포 한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 현장. 천쉐(오른쪽)가 20여명의 청중을 맞았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서울국제도서전을 계기로 16일 첫 방한한 천쉐 곁엔 16년 함께 살아온 여성이 있었다. 그와의 일상을 2011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기 시작했을 때도 동료 작가들은 뒷말했다. 왜 문학작품이 아니냐는 것. 대중은 달랐다. “고맙다고, 나도 당신과 같다고, 당신의 행복을 보고 그게 가능한 일이구나 했다고, 울며 댓글 준 이들이 많았다.” 타이완은 그리고 2019년 5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아시아 최초 국가가 된다.
천쉐의 차기작은 미투 복수극이다. 10년 편집 경력자인 반려자의 비평 따라 “대대적으로 수정 중”이다. “반려자 없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었다”는 천쉐의 말은, ‘악녀서’ 첫 작품(‘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속 화자의 말과 완벽히 닿는다.
“나는 글을 써.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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